수출제품 상자용 합판 놓고 포장업계·합판업계 충돌

입력 2020-03-31 17:16   수정 2020-04-01 01:19

국내에 수입되는 저가 베트남산 합판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문제를 놓고 포장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합판 제조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베트남산 수입 합판을 이용해 수출용 상자를 만드는 포장업계 중소기업들은 생존이 위협받는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공업포장협회는 최근 65개 회원사 직원 800여 명이 서명한 ‘관세 부과 반대 탄원서’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와 산림청에 제출했다.

포장업계 80% 베트남산에 의존

발단은 선창산업과 이건산업이 참여하는 한국합판보드협회가 지난해 9월 베트남산 합판에 대해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합판은 ‘단판’ 혹은 ‘베니어’라고 불리는 얇은 박판(薄板)을 서로 나뭇결 방향이 교차되도록 접착제로 붙인 것이다. 건축 내장재나 건설 거푸집, 가구재로 사용된다. 국내에선 3~4개사가 생산하고 있다.

합판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대표적인 효자 수출품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의 네 배에 달한다. 국내 합판생산업체들의 요청으로 정부는 2011년 말레이시아산, 2013년 중국산 활엽수 합판, 2015년 중국산 침엽수 합판에 대해 잇따라 반덤핑과세를 부과해왔다. 2017년 초에는 관세 부과를 3년간 연장했다.

중국산 수입이 막히면서 베트남산 수입이 늘었다. 수입량의 약 15%(2017년 기준)를 사용하는 포장업계는 실외에서만 쓸 수 있는 저급(E2) 베트남산 합판을 주로 사용한다. 대형 생산설비나 기계류를 담을 수출용 목상자를 제작하는 업체들이다. 국내에선 수익성이 떨어져 2016년부터 E2 등급 제품은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다.

송경석 한국공업포장협회 회장은 “수출용 합판 목상자는 현지에 제품을 넘긴 뒤 폐기되는 일회용이어서 국내산 고품질 합판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산 E2급의 가격은 국내산 E1급 합판의 50~60% 수준이다. 포장업계에선 단가 상승 요인을 수출 기업(고객)에 전가하기 어려운 데다 국산 고품질 합판을 포장용으로 사용하면 회원사 86%가 손익분기점에 근접하거나 적자 전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공업포장협회 회원 65개사는 합판 소요량 중 약 80%(2018년 기준)를 베트남산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합판 포장업체들은 600개가 넘는다.

“포장용 수입 합판은 경쟁 대상 아냐”

국내 포장업계는 포장용 합판(준내수 E2급 보통합판)이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데도 관세 대상에 포함된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합판 제조사들이 용도나 품목을 구분하지 않고 합판 전체(HS 10단위 기준 25개 품목)에 무차별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했다는 것이다.

김형빈 한국공업포장협회 부회장은 “국내 주 생산품은 두께 12㎜ 이상이 70%인데, 포장업계가 주로 사용하는 합판은 이보다 얇은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불공정무역조사 대상은 동종 물품, 경쟁 관계에 있는 제품인 만큼 포장용 합판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2013년 중국산 합판에 관세가 부과된 이후 구매처를 국산으로 전환한 포장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질과 가격에서 명확하게 다른 범주여서 일본 등 선진국도 이런 저가 합판 소재 수입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합판 수입 규제를 품목과 용도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합판생산업계는 “초저가 베트남산 합판 수입으로 국내 생산자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를 통해 국내 산업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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